네팔에는 '번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번다'는 흔히 네팔에서 길을 막은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정부군과 마오바디들이 교전이 있거나 해서 번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오바디들이 정권을 잡은 요즘은 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또 어떤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번다'를 겁니다.
네팔은 길이 주요 고속도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이 도로를 막으면 모든 물류가 중지가 됩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극서부 지역의 도티로 이동하는 중간에 '번다'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차가 서더니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었습니다.
내려보니 번다가 걸려 있었습니다.
번다의 원인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유는 트럭이 사람을 쳐서 죽인 것입니다.
유가족들이 트럭회사와 운전수를 상대로 보상금을 얻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번다'를 걸었습니다.
일단 경찰들이 왔지만 속수무책이고 자동차 보험이 일반화 되지 않은 네팔에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랍니다.
길은 막은 방법은 간단합니다. 돌만 쭉 깔아놓거나 나무로 막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몇몇 사람이 힘을 모으면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의 암묵적인 풍습인지
불평은 하지만 아무도 뚫고 지나가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가족과 가운데 있는 운전수와 열심히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쪽의 의견차가 커서 잘 조율이 되지 않습니다.
서로 답답해 합니다.
피해자 가족은 아주 격하게 반응을 보이고 여러 곳에서 보상 액수와 관련하여 토론이 벌어지지만 이렇다할 결과가 도출되지
않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양측이 적절한 보상액으로 합의를 하는 것 뿐입니다.
사람들은 마냥 기다릴 뿐입니다.
약 10시간의 번다 끝에 간신이 양쪽의 합의가 도출이 되었습니다.
길은 열렸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치면서 갈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0KM 쯤 전진하였을 때 또 다른 번다를 만났습니다.
스쿰바시라고 원래 산악지대에 살단 사람들인데 정부가 땅을 주겠다는 약속으로 남부 떠라이 지역으로 이주시킨 사람들이
정부가 약속대로 땅을 줄 것을 요구하는 번다를 삼일째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경찰의 강제 진압에 의해 지나올 수 있었고
이후 정부는 이 스쿰바시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번다의 목적이 이루어진 거죠
그러나 도티에서 카투만두로 나올 때 다시한번 이 스쿰바시에 반대하는 세력인 따루족들의 번다로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이 때는 살벌해서 차가 4대나 불타고 오토바이도 여러대 불탔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국민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이것을 인정한다는 것에 대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국 같아서는 곧바로 무쟈비한 진압이었을 텐데요.....
신 네팔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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