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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이야기

올레12코스 - 태풍 전날 걸었던 올레길

작년부터 제주올레길에 필이 꼿혀서 시간날 때마다 올레길을 다짐하고
올해 6월달 10코스와 6코스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2일 23일 월차를 내고 다시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두달전에 비행기표를 예매했는데
16호 태풍이 올라온다는 불길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6월달에도 태풍이 불어서 올레 6코스를 비 쫄딱맞으며 걸었는데 이게 뭔 운명인가 싶더군요
그래도 취소가 안되는 비행기라 제주를 향해 날라갑니다. 

원래 목표는 올레 8코스와 9코스 였습니다. 
그런데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구름의 형태가
남쪽 코스보다는 서쪽 코스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서쪽에 잠시라도 파란 하늘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히 인터넷 뒤져서 올레 12코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제주공항에서 시외터미널로 이동한 뒤 평화로 버스 750번을 타고 모슬포시외버스 종점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신창 - 모슬포 읍면 순환버스를 타기 위해 하모 2리 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제주버스는 번호는 같은데 각기 다른 곳으로 다니는 버스가 많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버스의 번호를 정비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더 헷깔렸습니다. 
하모2리 정류장과 하모3리 정류당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간신히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최근 변화가 많으므로 인터넷 정보 다 믿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옛날 정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시외버스 스마트폰 어플이 있는데 현지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듭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에게 "어디어디 가는데 몇번 버스 어디서 몇시에 타야하는지" 물어보십시오
정류소 근처의 편의점등 상점은 버스 상황을 잘 알고 계십니다. 

간신히 버스 놓치지 않고(놓쳤으면 1시간 기다려야 했음) 12코스 시작점인 무릉외갓집카페에 도착하게 됩니다. 



올레 12코스는 무릉생태학교에서부터 용수포구까지의 코스입니다. 

제주올레공식 사이트에서는 이 코스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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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따라 서귀포시 전역을 잇고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 

무릉 2리부터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들과 바다, 오름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드넓은 들에서 보는 지평선은 아스라하고, 깊은 바다는 옥빛으로 일렁인다. 

신도 앞바다에 거대한 도구리(돌이나 나무를 파서 소나 돼지의 먹이통으로 사용한 넓적한 그릇)들이 

바닷물과 해초를 가득 머금은 채 연못처럼 놓인 모습이 신비롭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날, 이 도구리에 파도가 덮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7코스 ‘일강정 바당올레’를 만든 강정 돌챙이들이 서귀포시청의 도움을 받아 신도 앞바다 역시 걷기 좋은 멋진 길로 재탄생시켰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생이기정 바당길(새가 많은 절벽이라는 뜻으로 제주올레가 붙인 이름)'로 접어든다. 

눈 밑에서 갈매기가 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될 이 구간은 제주올레에 의해 개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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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밑줄친 부분 때문에 올레12코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태풍이 불면 당연히 파도가 넘치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고

거기에 파란 하늘이라도 조금 남아있으면 최고의 코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

물론 그 기대가 충족 되었느냐?????????

100%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자부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무릉2리 복지회관을 지납니다. 



이곳이 바로 무릉외갓집까페입니다. 
하모2리정류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들은데로 현재 까페는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무릉생태학교가 나옵니다. 
이곳이 11코스 종점이며 또 14-1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생태 학교 안에 꽃무릇(상사화)가 피었습니다. 





생태학교 전경입니다. 
시작점에 스템프를 찍을 수 있는 간세가 있습니다. 





처음 올레12코스는 이러한 마을을 지나게 됩니다. 
마을은 참 이쁘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합니다. 
감사하게도 제 인사를 다 받아 주시네요^^





하늘만 맑았어도 꽤 괜찮은 사진이 나올만한 곳이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평지교회를 지나 녹남봉을 향하여 가는 길입니다. 
기대와는 다르게 올레12코스는 해안가를 가까이 걷는 코스는 매우 짧고 이렇게 마을을 가로지르거나 
오름을 오르는 구간들이 많습니다. 


제주도는 특이하게 이렇게 밭 한가운데 무덤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밭 한가운데 무덤을 만들고 주변에 돌을 쌓아 경계선을 만듭니다.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출발점에서 아주머니 4분이 먼저 출발하셨는데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쉬는 곳에서 과일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아침도 못먹은 상태에서 먹을 것이라고 오직 물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중간에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식당이 나오지 않아 2시까지 계속 굶으며 걸었습니다. 
올레12코스를 걷는 분들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식당이 별로 없습니다. 가계도 별로 없구요
미리 음식과 간식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남봉을 힘들게 넘었습니다. 
녹남봉에는 일본군 진지가 있는 곳인데 풀이 많이 우거져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녹남봉을 내려오면
폐교된 학교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산경도예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그 입구입니다. 



산경도예에서 중간 스템프를 찍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흔히 초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동상들과
나름의 작품활동을 한 것들이 보입니다. 
등나무 아래에서 신발벗도 양말멋고 잠시 누워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올레길은 그렇게 걸어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힘들게 끝까지 빨리 걸어서 뭐가 남겼습니까? 음악도 듣고 휴식도 취하고 사색에도 잠기고...
때마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흘러나옵니다. 최곱니다.




중간중간에 이런 화살표를 잘 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올레12코스에서만 두번 길을 잃었습니다. 



신도포구가 가까이 보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바닷가에 도달하자 무인까페가 나왔습니다. 
예전에 들렸던 무인까페는 좀 이상했는데 이곳은 진짜입니다. 
많은 분들이 흔적을 남겼네요.
일단 한컵에 2000원하는 음료수를 정신없이 들이킵니다. 
이온음료가 빠르게 온몸에 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잔 더하고 싶은데 수중에 돈이 없습니다. 
5개에 1500원하는 과자(센뻬, 강정)이 있는데 일단 잔돈이 1200원 밖에 없으므로 4개만 집습니다. 
생수를 병에 채워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과자는 꿀맛이고, 파도는 아름답습니다. 
천국이 따로없네요
무인까페 주인에게 감사드립니다. 




올레12코스의 설명대로 파토가 높을 때의 신도포구는 정말 멋집니다. ^^
광각렌즈만 가져온 것이 좀 아쉽네요. 망원쪽이 있어야 했는데....


그래서 크롭....

신도포구에서 간신히 점심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흔치 않는 6000원짜리 현지인 밥상을 받고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신도포구를 지나면 다시 바다가 아닌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낙조가 아름답다는 수월봉에 오르기 전 마을에서 만난 까페입니다. 
아직 오픈하지는 않았는데
주인분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하신 분으로 조금씩 조금씩 꾸며가고 있다고 합니다. 
다 정리되면 게스트하우스와 까페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오픈하면 들리겠다고 약속하고 계속 길을 갑니다



메밀꽃을 배경으로 수월봉 기상대가 보입니다. 



이곳이 수월봉입니다. 
수월봉은 제주도내에서 낙조로 유명한 곳입니다. 
생각같아서는 3시간 정도 기다리더라도 낙조를 보고싶었는데
기다려도 날씨가 좋은 낙조를 보여줄 것 같지 않아 그냥 내려왔습니다. 
보이는 섬은 제주도에서도 낚시로 유명한 차귀도입니다. 






이렇게 갯바위에 부딪쳐 튀어오르는 파도 보기가 쉬운것이 아닌데....
태풍이 나쁜 점도 있지만 이런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네요




당산봉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순례길과 그 길을 같이 사용합니다. 



당산봉에서 본 차귀도 전경입니다. 




용수포구 근처에서 낚시하는 분들과
요트에서 스킨스쿠버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용수포구에 있는 김대건 신부를 기념하는 성당입니다.
올레12코스는 천주교 순례성지코스와 많이 겹칩니다. 


드디어 12코스 종점이며 13코스 시작점이 절부암입니다. 
13코스부터는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시권역으로 들어갑니다. 

총17.1km의 올레12코스길을 마쳤습니다. 
중간에 헤맨것까지 합치면 족히 20km가까이 걸은 것 같습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이제 서귀포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