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달에 올레길을 걸은 뒤 2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제주 올레길은 중독성이 있나봅니다. 온몸이 근질근질.....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
조금 비싼 항공기값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다시 찾았습니다.
메르스 때문에 항공요금이 쌀 줄 알았더니 아직 반영이 안된 모양입니다.
코스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단 서귀포쪽 올레길을 다 돌기로 작정하고 안 다닌 곳을 살펴보니
2코스, 3코스, 4코스가 물망에 올랐습니다. 아직 2코스가 구제역 때문에 완전 개방이 안된 상황인고로
3코스와 4코스를 걷기로 하고 우선 올레 4코스를 걷기로 하였습니다.
올레 4코스는 제주 올레코스 중 가장 긴코스를 자랑합니다. 그 길이가 무려 23.1km 정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올레코스가 15km 전후인 것을 가만하면 거의 두배에 가까운.... 그래서 상급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레4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길에서 만난 올레꾼들을 통해 굉장히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었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결론은 정말 지루합니다^^.
제주 올레 4코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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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아름다운 해안 올레고, 나머지 절반은 오름과 중산간 올레다.
가마리 해녀올레는 ‘세계 최초의 전문직 여성’으로 불리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며,
이곳을 거쳐 ‘가는개’로 가는 숲길은 제주올레에 의해 35년 만에 복원되었다.
토산리 망오름과 거슨새미는 중산간의 특별한 풍광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데,
거슨새미 가는 길은 제주올레가 새로이 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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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제주올레 사이트에 설명이 되어 있네요
나름 괜찮은 풍경일 거라고 위로하며 올레 4코스를 시작해봅니다.
장마가 24일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22일과 23일에는 비가 없을 거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제주도에 내려왔는데....
공항에서 본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올레 4코스 시작점에 도착할 때 즈음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우산 외에는 판초우의나 방투습자켓을 안가져왔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일단 일회용 우의라도 구입하기로 합니다.
표선해비치 해변에 마련된 스템프 찍는 곳에서 재빨리 스템프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살펴보니 편의점 하나가 있고 올레안내소가 보입니다.
올레안내소는 월요일이라 휴무 중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물한병과 우비를 사서 입었습니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올레 표식을 찾아 이동하면서 점점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더 큰 문제는 새로 산 아쿠아 트레킹화를 신고왔는데 이 신발이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트래킹화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겠습니다.
표선해비치 리조트 쪽으로 나있는 바닷길입니다.
이쯤 와서 '아차'싶었고 4코스가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고 있는 신발 사진을 잠깐 보겠습니다.
머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아쿠아 트레킹화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비오는 제주도 지형에는 맞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먼저는 신발자체가 메쉬구조로 되어 있어서 시원하기는 한데
힘이 없습니다. 현무암의 험한 길을 걸을 때 발이 계속 안에서 놉니다.
결국 물집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신발 안의 재봉선이 새끼 발가락과 계속 맞다아서 발이 아픕니다.
비브람 밑창은 젖은 현무암에서 계속 미끄러집니다.
결국 여러번 미끄러져 넘어질뻔하고
중간쯤 걸었을 때는 발바닥 여러곳에 물집이 잡히고 새끼발가락이 아파서 걷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발이 불편하니 비오는 날씨에 더욱더 힘든 걷기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제주 올레코스는 저런 가벼운 아쿠아트래킹화는 비추인것 같습니다.
비는 오지만 표선해비치리조트까지의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꽃들도 비를 맞아 더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은 현무암과 대비되면서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3코스에 더 유명한 환해장성도 있지만
이곳에도 환해장성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환해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바닷가 주변에 쌓아놓은 현무암 성벽을 의미합니다.
표선해비치리조트를 빠져 나와서 조금 뒤
해녀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도착을 했습니다.
비가 계속 오고 있어서 뭔가 조치가 필요한 상태라 일단 들어가서
식사를 시켰습니다.
그간 제주에서 먹어보지 못한 겡이죽을 주문했습니다.
겡이죽은 작은 게를 빻아서 끓인 죽을 말합니다.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단 식사 후 휴식을 취하면서
우비는 더 이상 입지 않는 것으로 했습니다.
우비를 입으니 더 더워지고 땀이 많이나서 영 좋지 않습니다.
차라리 비를 맞는 것이 더 상쾌할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태풍속에서도 올레코스 걸었는데 이정도 비는 별 문제 없겠다 싶었고
어차피 갈아입을 옷도 있는데 찝찝하게 걸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우비를 버리고 작은 우산을 썼습니다. 카메라만 비 안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비오는 정취를 느끼며 걷기를 시작합니다.
포기하고 나니 기분이 더 상쾌합니다.
발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행복한 걸음을 걷기로 합니다.
이곳 저곳 볼만한 풍경들이 많습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지는 못했지만
비물 가득 먹음은 들꽃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주의 비오는 풍경...... 참 좋습니다.
가는개에 도착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휠체어로 다닐 만한 좋은 길입니다만
이제부터는 휠체어로는 이동이 불가능해집니다.
예쁜 들꽃(이름을 모르니 그냥 들곳이라 해두겠습니다."들이
여기저기 많이 피었습니다.
못신는 신발에 흙을 담아 꽃을 심었습니다.
주인장의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길이 험해질 수록 발이 더욱 신경쓰입니다.
쉴때마다 양말까지 벗고 있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해변길을 마쳤습니다.
이제 오름을 올라야 합니다.
긴코스이고 사진도 많기에
2부로 나누어서 진행하겠습니다.